분류 전체보기103 시지프스 : 디스토피아 미래를 바꾸기 위한 후회의 사슬과 지독한 반복 최근 몇 년간 한국 드라마 시장은 장르물의 대홍수를 맞이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시간 여행(타임슬립)과 세계관의 멸망을 다룬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언제나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지난 2021년 JTBC에서 창사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영되었던 조승우, 박신혜 주연의 드라마 입니다.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천재 과학자와 미래에서 온 전사의 만남, 그리고 핵전쟁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산꼭대기로 끝없이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의 이름을 딴 만큼, 작품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운명과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조명합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 2026. 6. 2. 드라마 블랙 리뷰 (저승사자, 죽음의 그림자, 송승헌) 솔직히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송승헌 나오는 판타지물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켰습니다. 그런데 1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멈추지 못했습니다. 죽음이 보이는 여자와 인간 몸에 들어온 저승사자가 한 팀이 된다는 설정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드라마가 그 설정을 다루는 방식은 꽤 묵직했습니다.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구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끝까지 들여다보는 작품이었거든요.죽음을 본다는 것, 그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습니다드라마 블랙에서 강하람은 사람의 몸 주변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통해 그 사람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미리 압니다. 이른바 예지 능력인데, 드라마에서는 이 능력을 단순한 초능력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하람이 그림자를 보는 순.. 2026. 6. 1. 루갈 리뷰 (상실의 구조, 기술 통제, 복수의 딜레마) 복수가 끝나면 정말 자유로워질까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는 이 질문을 놓지 못했습니다. '루갈'은 억울하게 아내를 잃고 두 눈마저 빼앗긴 형사의 이야기인데, 막상 보고 나면 복수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는가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인공눈을 이식받아 다시 세상을 보게 된 강기범이라는 인물은, 강해질수록 오히려 더 촘촘한 통제의 그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존재처럼 보였습니다.상실의 구조 — 감정의 엔진이 어떻게 세팅되는가일반적으로 복수극은 감정 이입을 쉽게 만들기 위해 주인공을 피해자로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루갈'은 그 방식을 조금 다르게 씁니다. 단순히 억울한 피해자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억울함이 어떤 경로로 인물을 변형시키는지를 훨씬 집요하.. 2026. 5. 30. 춘화연애담 리뷰 (사랑의 구조, 선택의 주체, 감정의 진실) 솔직히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야설이 도성을 뒤흔든다는 설정이 자극적으로 소비될 것 같아 가볍게 보려 했는데, 예상 밖으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로코 사극이라는 장르 문법 안에서 제도와 감정이 충돌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보는 내내 제 경험도 자꾸 겹쳐졌습니다.사랑을 제도 안에서 협상하는 구조춘화연애담의 이야기 구조는 로맨틱 코미디(romantic comedy), 쉽게 말해 가볍고 유쾌하게 사랑을 풀어가는 장르 문법을 가져오면서도 그 안에 정략혼(政略婚)이라는 무거운 장치를 깊숙이 심어 놓습니다. 정략혼이란 감정이 아닌 가문의 이익이나 권력 관계를 목적으로 맺어지는 혼인을 뜻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거의 모든 인.. 2026. 5. 29. 허수아비 드라마 리뷰 (국가폭력, 허위자백, 연쇄살인) 범죄 드라마를 보면 결국 범인을 잡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허수아비」를 다 보고 난 뒤, 저는 카타르시스 대신 불편함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범인 한 명이 아니라 그를 만들어낸 구조가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었기 때문입니다.허위자백과 국가폭력, 드라마가 건드린 것들일반적으로 범죄 수사 드라마는 수사관이 단서를 모아 범인을 특정하는 구조를 따릅니다. 그런데 「허수아비」는 그 구조를 비틀어, "잡힌 범인이 진짜 범인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꺼냅니다.허위자백(false confession)이란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 협박, 수면 박탈 등의 압력으로 인해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드라마에서 이기범이 경.. 2026. 5. 28. 특수사건전담반 TEN (수사극, 연쇄살인, 프로파일링)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에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었습니다. "또 수사물이겠지"라는 생각으로 틀었는데, 첫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쉽게 "끝났다"는 말로 사람을 봉인해버리는지를 이 드라마는 집요하게 건드립니다.자살로 처리된 죽음, 그 이면을 파고드는 수사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먼저 멈칫했던 장면은, 자살로 결론 난 사건들에서 냄새를 맡고 다시 파고드는 흐름이었습니다. 법의학적으로 자살로 판정되었다는 말은 사인(死因) 분류상 외부 가해 흔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사인이란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법의학에서는 타살·자살·사고사·병사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바로 그 .. 2026. 5. 27.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