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출시 이후 미국에서 경기는 급상승했지만 구인 수요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2022년 11월 이전까지 주가와 구인 그래프가 동일하게 움직이던 패턴이 완전히 깨진 겁니다. 저도 업무 현장에서 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초안 작성이나 자료 정리 같은 주니어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고 과정을 익혔는데, 지금은 AI가 몇 분 만에 그 일을 대신합니다.

청년 취업 시장이 무너지는 구조적 이유
오픈AI의 챗GPT는 8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2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이 같은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13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AI는 7배 이상 빠른 속도로 사회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는 기술 확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확산 속도'란 단순히 사용자 증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빠르게 기존 업무 방식을 대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일자리 구조가 변하는 방식입니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시니어 한 명이 주니어 서너 명을 데리고 일하는 구조였습니다. 신입은 처음 1년 간은 거의 도움이 안 되지만, 그 과정에서 업무를 배우고 2,3년 차가 되면 비로소 제 몫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AI가 주니어 업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시니어에게 조금 더 많은 급여를 주고 AI를 활용하게 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됐습니다.
이게 왜 심각한가 하면, 지금 주니어를 뽑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10년 차 경력자가 한 명도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 단위에서는 당장의 수익성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경력 단절이라는 비극을 낳는 구조입니다. 엔트로픽(Anthropic)이 2024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의 자동화(Automation) 능력이 증강(Augmentation) 능력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자동화란 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완전히 처리하는 능력을 말하고, 증강은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이제 AI는 단순히 돕는 수준을 넘어 대체하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저도 이 변화를 몸으로 느낍니다. 자료를 읽고 구조를 짜는 대신, 먼저 AI에게 "정리해줘"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효율이 오르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제 머릿속에 '제 문장'이 쌓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의도적으로 초안을 제 힘으로 쓰고, AI는 문장 다듬기나 논점 보완처럼 조교 역할로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니어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반면, 청년 일자리는 빠르게 소멸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진입 장벽이 낮은 업무부터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같은 최신 모델은 이미 10~15년 경력 전문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업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GDP(General Domain Performance) 벤치마크 기준으로 인간 전문가와의 격차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답은 이미 AI라는 블랙박스 안에 들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입니다. 여기서 '블랙박스'란 내부 작동 원리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현대 AI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 낮아, 왜 그런 답을 내놨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 암기와 등급 매기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서 AI를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건은, 학생들의 윤리 문제라기보다는 교육 시스템이 AI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시험은 본래 학생이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도구입니다. 개념을 아는지, 이해하는지, 응용할 수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죠.
하지만 현재 한국 교육에서 시험은 소고기 등급 매기듯 학생을 분류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주입식으로 암기시키고 마지막에 등급을 매겨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AI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게 무너집니다. 시험 하나가 붕괴하니 대학 교육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AI 활용법은 헬스장 트레이너를 대하듯 하는 겁니다. 제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저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 계획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건 AI에게 운동을 대신 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제 몸은 순두부처럼 약해지고, 트레이너만 건강해집니다. 배운다는 건 뇌 안에 새로운 뉴런 연결망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새로운 개념이 생긴다는 건 뇌에 새로운 신경 회로가 형성된다는 뜻이죠.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최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뉴런 연결망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래서 교육의 목표는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주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 이게 왜 나왔는가?
-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가?
- 이게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풍부한 교양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교양이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결 지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티(T)자형 인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전문 분야뿐 아니라 주변 영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훌륭한 답을 내놔도, 그 답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건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감소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인간 노동의 역사는 노동 시간 단축의 역사였습니다. 세탁기가 나왔을 때 "빨래할 자유를 잃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식기세척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된 일을 덜기 위해 기술을 만든 겁니다. 그렇다면 AI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신안군의 태양광 연금처럼, 공동체가 함께 투자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AI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AI가 사회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AI 윤리에 대한 감시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투명성(Transparency), 책임성(Accountability), 공정성(Fairness), 프라이버시(Privacy) 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AI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투명성이란 내가 지금 대화하는 상대가 AI인지 사람인지 즉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임성은 AI의 결정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런 원칙들을 민주주의와 집단 지성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사회적으로 요구해야 할 일을 구분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사고를 지키기 위해 AI를 조교처럼 활용하면서도, 청년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지금 그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변화를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드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