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게임을 한다고 하면 바로 타이머부터 꺼내는 부모가 되고 싶으신가요? 일반적으로 스크린 타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간을 재는 순간 부모는 감시자가 되고, 아이는 들키지 않으려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기 시작합니다. 창의성 연구자 에얄 도론 박사의 관점과 제 주변 사례를 비교해보니, 중요한 건 '얼마나'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였습니다.

스크린 타임: 시간을 재는 부모 vs 대화를 여는 멘토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스크린 타임을 통제하려고 20분, 30분 단위로 시간을 잽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니까 아이는 숨어서 하거나,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서둘러 게임을 끝내느라 오히려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크린 타임이란 단순히 화면 앞에서 보낸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 용어는 원래 의학·심리학 분야에서 과도한 노출의 부정적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쓰이던 표현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질, 즉 단순 반복형 게임인지 전략·협력형 게임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시간만 재는 건 본질을 놓치는 겁니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게임은 아이가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학습입니다. 저도 조카가 멀티플레이 전략 게임을 할 때 지켜봤는데, 영어로 된 설명을 읽고, 다른 나라 친구들과 협력하며, 실패 후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게 단순히 '게임 1시간'으로 기록되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 오늘 게임에서 뭘 새로 발견했어?
- 지난번보다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뭐야?
- 이번에 실패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이런 대화를 5분만 나눠도 아이는 자기가 한 경험을 정리하고, 다음엔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가 멘토 역할을 하는 겁니다(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일반적으로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아이와 대화해보면 그 안에서도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루함: 억지로 채우지 말고 스스로 찾게 하라
"엄마, 지루해."라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바로 뭔가를 제시합니다. 학원을 보내거나, 유튜브를 틀어주거나, 장난감을 사주거나. 하지만 지루함(Boredom)이란 외부 자극이 부족할 때 느끼는 심리 상태로, 역설적이게도 창의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루함은 '내가 뭘 정말 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신호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여름방학에 할 게 없어서 마당에 앉아 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정말 지루했는데, 그러다 개미를 관찰하게 됐고, 나중엔 개미집 근처에 설탕물을 놓고 경로를 바꿔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몰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만약 그때 부모가 바로 TV를 틀어줬다면 그런 경험은 없었을 겁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메타인지란 자기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내가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스스로 아는 능력입니다. 지루함을 견디며 스스로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 바로 이 메타인지를 키우는 훈련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지루해하면 바로 무언가를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그 반대가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지루하구나. 그럼 뭐 하고 싶은데?"라고 되묻고 기다려주는 게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몰라"라고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블록 만들어볼까", "산책 갈까" 같은 제안이 나옵니다.
숙제: 반복이 아니라 맥락과 연결이 핵심이다
숙제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를까요?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알려져 있지만, 연구 결과는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의 교육학자들이 25~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맥락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숙제는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여기서 중요한 건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선택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학습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왜 이걸 배우는지, 이게 내 삶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스스로 연결하며 배우는 겁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1970년대 중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책상에 앉아 있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호텔에 가서 외국 관광객에게 무료 가이드를 자처하며 5년간 영어를 익혔습니다. 학교 숙제가 아니라 스스로 설계한 학습법이었던 겁니다.
저도 학창시절 수학 문제집을 기계적으로 풀 때는 금방 잊어버렸지만, "이 공식이 실생활에서 어디에 쓰일까?"를 찾아보며 공부할 때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차방정식을 배울 때 포물선 운동을 떠올리며 농구공 궤적을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따라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숙제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 오늘 배운 내용이 실제로 어디에 쓰일 것 같아?
- 이 숙제를 하면서 새로 알게 된 게 있어?
- 너한테 맞는 공부 방법은 뭐라고 생각해?
이런 질문이 아이를 수동적인 숙제 기계가 아니라, 능동적인 학습자로 만듭니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힘은 새로운 도구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연결하는 습관입니다. 시간을 재고, 지루함을 없애고, 숙제를 강요하는 방식은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반대로 대화를 열고, 지루함을 허용하고, 맥락을 연결하도록 돕는 방식은 아이를 창의적으로 만듭니다. 솔직히 이건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방식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작은 변화가 아이의 태도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오늘부터 아이에게 "몇 분 했어?"가 아니라 "거기서 뭘 발견했어?"라고 물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