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2024년 말부터 AI 관련주가 연일 신고가를 찍을 때마다 '이게 정상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보니 분산투자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M7(매그니피센트 7) 비중이 40%를 넘어 있더라고요. 지수 자체가 특정 종목에 쏠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였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AI면 무조건"이라는 분위기가 생기는 걸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실적은 아직인데 주가가 먼저 달리는 소형주들을 다들 한 번씩 찍어 먹으려는 모습이었죠. 반대로 빅테크는 실제로 현금흐름(FCF)이 탄탄해서, 조정이 와도 '영원히 망할 기업'이라기보다 '밸류에이션 재조정'에 가까운 장면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AI를 한 덩어리로 보지 않고, 실적이 붙은 축과 내러티브가 앞선 축을 나눠서 체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위 10개 기업 집중도가 보여주는 리스크 신호
2025년 9월 기준 S&P 500 지수에서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9%에 달합니다. 여기서 S&P 500이란 미국 상장 기업 전체 시가총액 80%를 차지하는 503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로, 장기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벤치마크입니다(출처: S&P Dow Jones Indices).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알파벳, 테슬라, 버크셔 해서웨이까지, 이른바 M7이 탑 10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죠. 10년 전만 해도 이 일곱 개 기업이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3%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36.6%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저는 이 집중도가 시장에 크나큰 리스크라고 봅니다. 실제로 제 포트폴리오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M7 비중이 커진 경험이 있어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는 순간 자동으로 특정 섹터 쏠림에 노출된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소수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시장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AI 관련 중소 벤처 기업들도 투자 대상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아직 매출이 나오지 않음에도 미래 전망에만 의존해서 주가가 형성된다는 겁니다. 양자 컴퓨터 관련주로 꼽히는 아이온큐와 리게티 컴퓨팅을 보면, 매출 대비 주가 비율(PSR)이 극단적으로 높아서 과대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버블의 전형적 특징이라고 지적하고 있죠. 심지어 오픈AI의 샘 올트먼조차 최근 스타트업 중심의 묻지 마 투자를 경계하며 버블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닷컴 광케이블의 평행이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맨해튼 크기만한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했고,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는 미국 전역에 거대 AI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를 건설 중입니다. 미래의 늘어날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를 미리 준비하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이 인프라 투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늘려 놨는데 미래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친다면, 과거 닷컴 버블 시절의 광케이블 투자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겁니다.
1990년대 말, 네트워크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광케이블을 설치했습니다. 당시 통신 전송 데이터량이 향후 25년간 매년 세 배씩 늘어날 거라는 보도까지 나왔죠.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설치된 케이블 가운데 최대 95%가 사용되지 않고 땅에 묻혀 있는 '다크 파이버'가 됐습니다. 세계 최대 광케이블 생산 업체였던 코닝의 주가는 2000년 100달러를 찍었다가 거품이 꺼진 뒤 1달러로 폭락했죠.
제가 걱정하는 부분도 바로 이겁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 컴퍼니는 현재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규모라면 2030년에 AI 영역에서 2조 달러의 수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출처: Bain & Company), 문제는 이만큼의 수익이 언제쯤 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무조건 버블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광케이블처럼 공급 과잉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광케이블과 달리 이미 사전임대·클라우드 수요·AI 추론 트래픽 같은 현금화 경로가 가시화돼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CBRE가 2025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 세계 데이터센터 평균 공실률은 6.6%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북부 버지니아 지역은 공실률이 0.76%밖에 안 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죠.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의 74.3%가 이미 클라우드 기업과 AI 업체들을 중심으로 임대 완료됐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다크 파이버처럼 95%가 놀 것'이라는 공포는 과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빅테크 순환 투자 구조와 GPU 담보 대출의 위험성
최근 AI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 얽혀 있는 투자를 많이 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2024년 9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천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픈AI는 이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하기로 약속했고요. 엔비디아와 오픈AI만 이런 관계가 아닙니다. 오픈AI는 AMD와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고 AMD는 오픈AI 지분 10%를 얻었습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죠.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최대 고객인데, 이 코어위브는 엔비디아가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FCF(Free Cash Flow, 잉여 현금 흐름)란 기업이 벌어들인 금액에서 운영에 필요한 투자금을 뺀 진짜 남은 돈을 의미합니다. 실제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서로의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순환 투자가 많아지면, 문제 발생 시 기업 간 위험이 전이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누가 최종 현금을 내는가'를 추적해야 진짜 리스크가 보인다는 겁니다. GPU 담보 대출→GPU 추가 구매→매출 인식이 반복되면, 수요가 꺾이는 순간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거든요.
실제로 코어위브, 람다, 크루소 같은 네오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GPU를 담보로 고액의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사고 그 GPU를 담보로 월가에서 자금을 빌리고, 또 그 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 칩을 사는 구조죠. 2025년 7월까지 이런 형태로 빌린 자금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 부품은 사용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인데, 지금은 품귀 현상으로 AI GPU 가치가 높지만 공급 과잉이나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면 GPU 가치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닷컴 버블 때도 서버를 담보로 대출이 이뤄진 바 있어서, 평행이론처럼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빅테크 vs 과대평가된 테마주
AI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과거 닷컴 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합니다. 닷컴 버블 때는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에 과도한 투자금이 들어갔지만, 지금은 투자 대상이 되는 주요 AI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3분기 실적 발표만 봐도 상승세를 이끄는 건 부실 기업이 아니라 성과가 뛰어난 빅테크라는 거죠.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실제 수익 그래프는 주가와 완전히 괴리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다릅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수익과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AI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GPU를 판매하고 그만큼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지금이 AI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죠.
AI 기업들은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AI 클라우드 사업 성장으로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액 1천억 달러를 돌파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아마존의 AWS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클라우드뿐 아니라 광고 파트에서도 빅테크들은 AI를 적용해 견고한 실적을 냈습니다. 2000년대와 2025년의 기술·환경 변화도 중요합니다. 2000년대는 인터넷 기술의 잠재력은 컸지만 인프라와 자본층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수익화 모델도 불완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클라우드 인프라가 이미 잘 돌아가고, 데이터 처리 기술도, 고성능 반도체도 시장이 성숙된 상태입니다. AI 기반 수익화 모델도 안정적이고 AI를 바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기 쉬운 환경이죠.
또한 빅테크에 돈이 몰리는 것 자체가 버블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M7은 수십 년간 사업을 영위해 온 검증된 기업들입니다. AI 붐이 없었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온 건강한 기업들이죠. 닷컴 버블 때는 대부분의 투자금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에 들어갔습니다. 1996년 한 해에만 671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고, 버블 직전인 1999년에는 456개, 2000년에는 308개가 IPO를 했습니다. 1999년 상장한 456개 중 테크 기업은 351개로 전체 78%를 차지했는데, 문제는 이때 상장한 기업들의 재정 상태가 엉망이었다는 겁니다. 주당 순 이익이 적자인 상태로 상장한 기업이 전체 76%나 됐고, 2000년에는 81%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2025년 기준 M7 기업들의 잉여 현금 흐름은 약 4,696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670조 원에 달합니다. 애플이 1,217억 달러로 가장 많고 엔비디아 991억, 구글 772억 등 빅테크의 재무 상태는 상당히 건강합니다.
저는 지금 상황을 볼 때 "AI 전체가 버블"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빅테크는 정당한 성장과 일부 과열이 섞여 있고, 주변 테마주는 과열과 일부 진짜가 섞여 있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실적이 이미 붙은 축(클라우드/반도체)과 내러티브가 앞선 축(신생 테마)을 나눠서 접근하는 게 실전에 더 도움이 됐습니다. 버블 논쟁은 결국 숫자 한두 개가 아니라 구조를 보는 싸움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맹목적인 낙관도 과도한 비판도 아닌 냉정한 판단력입니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때도 주가는 분명 버블이었지만 인터넷이라는 기술 자체는 버블이 아니었죠.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거품이 꺼졌지만, 살아남은 아마존·구글 같은 기업들은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AI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령 거품이 있다면 그 거품은 꺼질 수 있지만, 기술은 남을 것이고 진짜 실력 있는 기업들은 살아남아 미래를 설계할 것입니다. 어떤 부분이 과대 평가되고 어떤 부분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