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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턴 (경력단절, 워킹맘, 직장복귀)

by haramsolution 2026. 5. 22.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된다고 해서 정말 안전해질까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드라마 잔혹한 인턴은 7년의 경력단절 끝에 인턴으로 재취업한 40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직장 생활의 감각과 겹치는 장면들이 많아서, 웃다가도 괜히 씁쓸해지는 순간이 꽤 있었습니다.

잔혹한 인턴 (경력단절, 워킹맘, 직장복귀)
잔혹한 인턴 (경력단절, 워킹맘, 직장복귀)

경력단절이라는 낙인과 재취업의 현실

'경력단절 여성', 줄여서 경단녀. 이 단어는 고용 시장에서 일종의 리스크 신호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드라마 속 고해라는 7년의 공백을 안고 면접장에 섭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듣는 말이 "7년 동안 도태되셨을 거고요"입니다. 저도 비슷한 말을 주변에서 들은 적 있습니다. 당사자 앞에서 공백을 능력 부재와 같은 것으로 치환하는 그 태도가 얼마나 무심하게 흔한지 새삼 돌아보게 됐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력단절 여성은 약 134만 명으로, 그 주된 사유는 육아(42.7%), 결혼(27.0%), 임신·출산(22.1%) 순이었습니다(출처: 통계청). 여기서 경력단절이란 단순히 직장을 그만둔 상태가 아니라,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가족 돌봄 사유로 인해 취업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가리킵니다. 즉,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가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고해라가 결국 인턴직을 수락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그 결정이 패배가 아니라 전략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자리가 없고, 자리를 얻으려면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구조. 이 드라마가 불편하게 현실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장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이 제한으로 인한 서류 지원 자체 불가
  • 직무 공백에 대한 부정적 평가
  • 육아 병행 가능성에 대한 면접관의 사전 편견
  • 경력 인정 없이 신입 조건으로 재진입 강요

워킹맘 차별 구조와 '휴직'을 둘러싼 말의 문제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오래 걸린 장면은 이 대리가 쓰러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출산을 앞두고도 마감을 지키기 위해 야밤에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 나서는 그 장면이, 제 경험상 결코 과장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주변에서 "출산휴가 쓰면 팀이 버텨야 한다"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듣고 자랐습니다.

드라마 속 핵심 갈등은 최지원 실장이 고해라에게 워킹맘들의 퇴사를 유도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불법 지시(위법적 업무 지시)란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부하 직원에게 강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 명백히 위반됩니다. 드라마가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훨씬 교묘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후 직장 복귀율은 여성이 약 79.3%이지만, 복귀 후 1년 이내 이직 비율도 높아 실질적인 고용 안정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여기서 고용 유지율이란 복귀 이후에도 동일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다는 건 제도는 있어도 현장에서 정착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직접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공감한 지점은, 휴직 제도가 '합법적인 권리'이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민폐'라는 단어와 묶여 다닌다는 것입니다. 이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화의 언어 문제입니다. 시스템의 결함이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뒤바뀌는 순간, 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금 과장이 세 번이나 마음을 바꿨던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 압력이 구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직장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이 드라마가 주는 힌트

드라마가 단순한 고발에서 멈추지 않고 좋았던 건, 해라가 결국 자기 방식을 찾는다는 점입니다. 승진을 위해 동료를 희생시키려 했던 결정을 스스로 철회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서사는 주인공이 악역을 이기거나 극적인 복수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직장 내 괴롭힘 혹은 부당한 업무 지시 상황에 놓였을 때,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당 지시는 구두가 아닌 서면·문자·이메일로 증거를 남긴다
  • 직장 내 괴롭힘 신고제도를 활용하거나 고용노동부 익명 신고 채널을 이용한다
  • 감정 소진을 막기 위해 같은 처지의 동료와 연대를 먼저 시도한다
  • 장기전이 될 경우 경력 기록과 실적 증빙을 꾸준히 정리해둔다

여기서 직장 내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2019년부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의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속 커피 심부름이나 고압적인 언어, 부당 지시 강요가 모두 이 범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이게 과연 부당한 건지' 판단하는 것 자체입니다. 익숙해지면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금 과장이 "관성으로 일하게 되는 나를 돌아봤다"고 말하는 장면이 묵직하게 남았습니다.

잔혹한 인턴은 화려한 복수극이 아닙니다.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흔들리면서도 계속 출근하고, 실수하면서도 다음 날 다시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직장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면, 이 드라마가 그 감각을 정확한 언어로 짚어줄 수 있을 겁니다. 일단 1화를 틀어보세요. 생각보다 빨리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질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XttJouQF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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