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이건 왜 이렇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삼킨 적이 있으신가요? 괜히 튀는 사람으로 찍힐까 봐, 비난받을까 봐 입을 다물었던 순간 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AI가 모든 걸 자동화하는 지금, 그렇게 시키는 일만 정확히 해내는 태도가 오히려 가장 위험한 생존 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스 고딘의 '트라이브스'는 이 문제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답을 제시합니다. 부족을 만들고, 이단이 되고, 먼저 손을 드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말이죠.

양떼처럼 걷는 삶에서 벗어나기
쉽워킹(Sheep Walking)이란 양이 걸어가듯 순종적으로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쉽워킹이란 생각이 필요 없는 일을 맡기고 적당한 공포심으로 줄을 서게 만드는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아침 7시 반 지하철에서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모습, 그게 바로 쉽워킹의 전형적인 풍경이죠.
저는 한동안 정확히 이런 삶을 살았습니다. 일정에 맞추고, 상사가 원하는 톤을 맞추고, 검증된 방식만 따라가면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과가 나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일이 두려웠고, 금요일 저녁만 기다리며 한 주를 버티는 느낌이었죠.
문제는 이런 삶을 수십 년 반복하면 정말로 양이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뭘 잘하는지도 잊어버린 채 월급이 들어오니까 걸어가는 거죠. 세스 고딘은 묻습니다. 당신이 매일 하는 그 일, 일요일 저녁이 되면 월요일이 두려운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탈출해야 할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대체되는 사람이 바로 이런 쉽워커입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실수 없이 일하는 건 이제 AI가 24시간 쉬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일이거든요. 2024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향후 5년 내 자동화율이 7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됩니다(출처: 맥킨지). 시키는 일만 잘하는 태도가 과거엔 성실함으로 칭찬받았지만, 지금은 그게 가장 먼저 대체되는 능력이 된 겁니다.
부족을 만드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부족(Tribe)이란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집단으로, 공유하는 관심사와 소통 수단만 있으면 만들어집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독서 모임, 운동 크루가 전부 부족입니다. 그리고 그 부족에는 반드시 리더가 있습니다. 리더가 없는 부족은 그냥 방향 없이 모여 있는 군중일 뿐이죠.
저는 작은 실험을 했습니다. 제가 진짜로 믿는 주제 하나를 정해 짧은 글을 올리고, 공감하는 사람들과만 대화를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나도 같은 고민이었다"는 반응이 생겼고, 조용히 메시지로 더 깊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부족했던 건 능력이나 시간이 아니라, 먼저 손을 들 용기였다는 걸요.
케빈 켈리는 2008년 '천 명의 진짜 팬'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진짜 팬이란 당신의 작품을 사고 당신의 공연에 가고 당신이 만든 것이라면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세스 고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때로는 100명, 심지어 10명만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BTS의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2013년 빅히트는 남자 아이돌을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중소 기획사였지만, 기존 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연습실 영상과 숙소 자체 예능을 유튜브와 트위터에 올리며 팬들을 단순 소비자가 아닌 부족의 일원으로 만들었죠.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BTS 팬덤 아미는 전 세계 197개국에 분포하며 자발적 콘텐츠 생산과 번역으로 K-POP 시장 확대에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족은 리더가 지시해서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부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 그게 진짜 리더십입니다.
이단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이단(Heretic)이란 현재 상태를 거부하고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세스 고딘은 리더를 이단이라 부릅니다.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을 때 그는 이단자였고, 마틴 루터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을 때 그는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 인물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다르게 생각하라"고 했을 때 업계는 비웃었죠.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건 실패가 아닙니다. 비난입니다. 내가 믿는 것을 만들어 놨더니 누군가가 그걸 싫어하고 나를 깎아내리는 것, 그 미움을 정면으로 받게 될까 봐 두려운 겁니다. 저도 회의 자리에서 '이건 왜 이렇게 해야 하죠?'라고 질문하려다 멈췄던 적이 수없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 한 줄의 공포 때문에 평생을 양떼 속에 숨어 살았던 거죠.
그런데 AI 시대엔 이 공포를 뚫고 나가는 사람만 살아남습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 데는 천재지만, '이 방향이 옳다'는 신념, '이걸 위해 내 목숨 걸겠다'는 결단, '당신을 믿고 따르겠다'는 신뢰는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리더십의 비밀은 단순합니다. 당신이 믿는 것을 알고, 미래의 그림을 그린 다음 그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따라올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한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처음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계속 올려다보면 한 명이 멈춰서 같이 보고, 세 명이 멈추고, 열 명이 멈추고, 어느 순간 수십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한 사람이 방향을 제시한 순간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1976년 무함마드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마을에서 자기 주머니 27달러를 꺼내 여성 42명에게 나눠줬습니다. 주변은 비웃었지만 그 27달러가 그라민 은행이 되었고, 마이크로크레딧이라는 혁명이 되었고,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바꾼 것들은 언제나 작고 우습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시작 뒤에는 '이걸 반드시 해내겠다'는 한 사람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아니오'가 아니라 '아직은 아니야'입니다. 지금은 좀 이른 것 같아, 조금 더 준비한 다음에 하자, 시기를 봐야지. 이 말들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약입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아니야' 뒤에 숨어 있는 건 '나는 비난받기 싫어'라는 공포거든요. 타이밍은 언제나 지금이 가장 빠릅니다.
앞으로 세상은 두 개 계층으로 나뉠 것입니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과 AI에게 대체되는 사람.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끄는 능력입니다. 여러분의 부족은 이미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먼저 손을 들지 않았을 뿐입니다. 블로그 하나, 유튜브 영상 하나, 인스타그램 포스트 하나로 충분합니다. 내가 진심으로 믿는 것을 세상에 꺼내 놓는 용기, 그게 전부입니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는 스스로 되기로 결심한 사람일 뿐입니다. 여러분 안에는 불씨가 있습니다. '나는 평생을 이대로는 살기 싫다'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가 바로 불씨입니다. 그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 보세요. 여러분의 부족이 그 소리를 듣고 하나 둘 모여들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Tj883zWAwo&list=PLWh5jdQtSfI3mvmc2VYuTEnyiwooltj3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