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하는 일, 3년 뒤에도 남아 있을까?" 아마존이 화이트칼라 3만 명을 정리해고하고, 해외 로펌들이 패럴리걸 채용을 중단한 건 불과 3개월 사이 일입니다. AI 도입으로 인한 대규모 감원(Downsizing)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감원이란 단순히 인원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일의 구조 자체가 단계별로 해체되며 중간 역할이 통째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 역시 최근 2년간 계약서 검토, 광고 기획, 문서 작업을 혼자 끝내면서 "편해졌지만 불안하다"는 모순된 감정을 계속 느꼈습니다.

일하는 단계가 줄어든다는 건, 무엇이 사라진다는 뜻일까?
과거 아담 스미스가 말한 분업(Division of Labor) 시스템과 막스 베버의 관료제(Bureaucracy)는 대량 생산 자본주의를 만들어냈습니다. 분업이란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공정을 잘게 쪼개 각자 한 가지만 반복하게 만드는 방식이고, 관료제는 승인·보고·검토 단계를 여러 층으로 쌓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AI가 이 두 축을 한꺼번에 흔들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50페이지짜리 법률 계약서를 챗GPT에 넣고 독소 조항을 뽑아낸 적이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로펌 패럴리걸에게 맡기거나, 변호사에게 검토를 의뢰했을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직접 AI에게 "이 조항 중 계약 해지 시 불리한 부분 찾아줘"라고 물어보면, 10분 만에 요약과 수정안까지 나옵니다. 법률 시장(Legal Market)에서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보 비대칭이란 한쪽은 알고 한쪽은 모르는 상태를 이용해 가격이나 권한을 유지하던 구조를 의미합니다.
광고 제작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가 운영하는 소규모 쇼핑몰에서 메타(Meta)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돌리는데, 이제는 메타가 직접 AI로 광고 소재를 생성하고 타겟팅까지 자동 최적화해줍니다(출처: Meta for Business). 예전 같으면 기획자, 촬영 감독, 편집자, 배급 담당자까지 최소 4~5단계를 거쳤을 일이, 이제는 사장 혼자 노트북 앞에서 끝납니다. 중간 단계를 담당하던 전문가들은 "일이 줄었다"가 아니라 "일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이런 변화를 '경량 문명(Lightweight Civilization)'이라고 부릅니다. 경량 문명이란 기존에 여러 사람과 단계를 거쳐 처리하던 작업을 AI와 자동화 도구로 압축해, 소수 또는 개인이 전체 프로세스를 끝낼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생산 방식을 뜻합니다. 효율은 올라가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건 단순한 비효율이 아닙니다. 훈련의 사다리입니다. 광고 대행사 막내로 들어가 촬영 현장을 배우고, 패럴리걸로 입사해 계약서 구조를 익히고, 편집 보조로 시작해 감독이 되던 경로가 통째로 증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남은 길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10대 창업자가 AI 도구를 활용해 앱을 혼자 개발하고 첫해 10억 매출을 기록한 사례, 19세 음악가가 AI 작곡 툴과 스트리밍 플랫폼만으로 수억 원 수익을 올린 사례가 실제로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이들을 '증강된 핵개인(Augmented Atomic Individual)'이라고 부릅니다. 증강된 핵개인이란 AI와 자동화 도구로 무장해 과거 조직이 해내던 일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개인을 의미합니다.
저도 지난해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기획안 초안은 AI가 만들고, 디자인은 Canva로 끝내고, 계약서는 챗GPT로 검토하고, 홍보 문구는 카피라이팅 툴로 다듬었습니다. 예전이라면 외주 업체 3~4곳과 협업해야 했을 일을, 저 혼자 일주일 만에 끝냈습니다. 비용은 90% 줄었고, 속도는 3배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도 커졌습니다. "내가 편해진 만큼, 누군가의 일자리는 사라졌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개인의 각오"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경량 문명은 분명 효율적이지만, 그 효율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성공 사례는 화려하지만, 실패·리스크·불안정은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습니다. 특히 교육 시장에서 면접 비중이 커질 거라는 전망도 있는데, 말하기와 표현에 불리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합니다:
- 도구 내재화: AI를 단순히 쓰는 게 아니라, 검증·책임·안전장치(승인 단계, 로그 기록, 권한 최소화)를 갖춘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 훈련 경로 재설계: 사회적으로는 사라진 사다리를 보완할 전환 교육과 청년 진입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 꿈의 재정의: 과거에 자본과 조직이 필요해서 포기했던 일들을, 이제는 가벼운 도구로 다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이 지난 200년보다 더 빠르게 변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이제는 '땅 위에 쌓이는' 방식이 아니라 '창공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5년 전 예측했던 비대면 사회, AI 자동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래는 예측 가능하지만,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무동력 요트가 해류를 거슬러 가려 하면 부서지듯,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되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경량 문명은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꿈이 허락되는 문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따뜻함이 소수의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개인의 도구 활용 능력과 사회의 안전망이 함께 자라나야 합니다. 저 역시 지금부터라도 변화에 동참하되, "누가 남겨지고 있는지"를 계속 질문하려 합니다. 당신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